파리 기후변화협정과 제자리걸음의 한국

Change Agent 1기 배호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3학년

 

지난 10월 4일 유럽의회가 파리 기후변화협정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55개 이상의 국가가 비준하고 비준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55% 이상을 충족시켜야 협정이 발효되는 조건이 충족되었다.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조건을 충족한 날로부터 30일 이후인 11월 4일부터 공식 발효될 예정이다.

연내 발효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요 온실가스(CO2) 배출국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 온실가스 배출량 1, 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이 함께 비준을 합의한 데에 이어, 3위의 인도와 28개국의 유럽연합이 비준을 마치는 등 10월 6일까지 72개 선진국·개도국이 모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국제사회는 이번 연내 발효를 환영하는 모양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때 생각하지도 못했던 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굳어졌다”라고 반겼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지키는 싸움에서 역사적인 날”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자원연구원(WRI)의 데이비드 워스코우 국제기후국장은 “지구 공동의 지구변화 대응 행동을 취한 중대한 날이며,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는 점에서 협정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7위인 우리나라는 아직 비준에 성공하지 못했다. 국회에 비준동의안이 제출되었지만 다른 안건과 국감 파행 등으로 계류 중이다. 아직 심의도 이루어지지 않아 국감이 예정 종료일인 10월 19일까지 통과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발효 날짜까지 국내 비준에 실패한다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 당시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대비 30%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를 천명했다. 감축 의무가 없음에도 선제적으로 제시한 감축 목표에 우리나라는 중견국 리더십을 인정받고 녹색기후기금(GCF)과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를 유치했다. 이러한 선도적이었던 모습은 국제사회에서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작년에 제출한 ‘자발적 감축목표 기여방안(INDC)’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신(新)기후체제를 위한 우리나라의 INDC는 “2030년까지 BAU대비 37% 온실가스 감축”을 골자로 유엔에 제출되었다. 하지만 이 목표치는 BAU대비 25.7% 감축에 국제탄소시장을 활용한 11.3% 감축분을 포함하면서, 실질적으로 2020년보다 2030년의 목표배출량이 더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제연구단체 Climate Action Tracker(CAT)은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공동의 노력과 어긋나는 부적절한 목표”라고 평가했다. 또한 INDC 내용을 발표한 다음날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이 최대한 야심 찬 감축목표를 설정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의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란다”며 우회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다양한 유·무형의 자산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GCF와 GGGI, 제주도의 ‘에너지자립섬’ 프로젝트, 환경건전성그룹(EIG) 등 파리기후체제라는 새로운 플랫폼 상에서 우리나라가 만들어낼 수 있는 녹색 응용 프로그램의 여지는 많다.

시대는 Post-2020 파리기후체제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나라가 후발 주자로 파리기후체제에 입성한다 하더라도, 앞으로 기후변화 담론이 어떻게 활성화되고 자산과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추격의 판가름이 결정될 것이다.

Advertisements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