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후체제하의 산업경쟁력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엄지용 / KAIST 경영대학 녹색성장대학원 조교수

지난 12월 파리협정을 통해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하의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까지 제한하는데 필요한 책임을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IPCC 5차 보고서는 기후안정화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2050년까지 전세계 경제가 온실가스 배출을 2010년의 절반 수준까지 감축하고 21세기 말까지는 배출을 사실상 종식해야 하는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각국이 감축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가지 정책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데, 첫째로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및 탄소세 등의 탄소가격정책, 둘째로 저탄소기술의 개발 및 보급을 위한 정책, 마지막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정책지원 제도가 있겠다. 문제는 각국이 처한 정치경제적 환경에 따라 사용하는 정책수단과 배출규제의 정도가 국가별로 다르다는 데에 있다. 이 때문에 적어도 당분간은 전세계적으로 파편화된(fragmented) 탄소시장이 유지될 것이고 각국의 실질적 감축노력도 섭씨 1.5도 기후안정화를 향한 국제사회의 포부에 미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같이 탄소규제에 있어 국가간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시장 환경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탄소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에서 조업하는 기업이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해당 기업의 원가경쟁력을 약화시켜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게 된다. 이 경우 전지구적인 온실가스 배출은 줄지 않고 오히려 자국내 일자리와 산업의 생산 그리고 조세를 감소시키는 탄소누출(carbon leakage)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 감축약속 이행과 자국의 산업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탄소누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을 배출권거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거래 대상에 포함시키되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해 부담을 완화하는 방법, 탄소상쇄 등의 각종 예외규정을 두는 방안 등을 활용하고 있다. 수출이 세계 7위이고 제조업의 비중이 31%에 이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와 같이 배출권거래제를 비정상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자국내 탄소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기업의 저탄소설비 투자를 늦춰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정부주도의 파편화된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무색케 하는 세계 유수기업의 자발적 배출저감 노력은 괄목할 만하다. 미국에서는 이미 29개 기업이 자체 생산공정의 탄소배출에 의미있는 수준의 탄소비용을 부과하고 있는데, 참여하는 기업도 전통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인 유틸리티 회사나 에너지 기업에서 벗어나 전 산업에 걸쳐 확대되고 있다. 세계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월마트는 2015년까지 자사제품의 전세계 공급사슬 전체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2천만톤 저감하기로 한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고, 테스코와 유니레버 역시 광범위한 공급망 관리를 통해 2020년까지 자사 제품의 공급사슬 탄소발자국을 각각 30%와 50% 감축하기로 선언했다. 우리 기업이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편승해 소극적이고 근시안적인 투자에 머무르는 동안, 해외의 선진기업은 신기후체제하의 새로운 시장구도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저탄소 공급처를 확보하는 동시에 자체 생산활동의 탄소배출을 대폭 줄이기 위한 대규모 투자에 착수하는 등 급진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녹색경영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가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늦추는 것을 합리화 할 수 없는 이유다.

신기후체제하에서 우리나라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이미 시행중인 배출권거래제를 안착시켜 저탄소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동시에, 저탄소 기술혁신을 위한 R&D 정책 및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본래 취지대로 일관성 있게 추진하여 신재생에너지기술, 에너지저장장치, 스마트그리드, 전력수요관리 등 에너지 신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이끌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통해 배출권거래제를 국가경제 전반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강화해야 하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로 도출된 중장기 에너지정책 또한 수립되어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 및 기후변화 사업투자의 리스크가 줄고 저탄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혁신적인 신재생 에너지 기업과 세계 최고수준의 저탄소 녹색기업이 많이 나와서 신기후체제하의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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