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기후총회 (COP21) 최종타결에 대한 6가지 오해와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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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김상협,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 및 사단법인 우리들의미래 이사장

보름간에 걸친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1)가 그 역사적 소임을 이뤘다.

예정보다 하루를 넘긴 12일 밤 총회 공동의장 자격으로 ‘파리협정문(Paris Agreement)’ 채택을 선언한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교장관은 “역사가 파리를 찾아왔고 우리는 이를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프랑소와 올랑드 대통령은 이를 ‘혁명적 행위’(revoutionary act)‘로 지칭하며 달 착륙에 성공한 닐 암스트롱의 표현에 빗대 “인류를 위한 도약(major leap)”이라 평했다.

2006년 취임이래 세차례에 걸쳐 기후정상회의를 소집할 정도로 승부수를 건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인류와 지구를 위해 우리 모두가 거둔 기념비적 승리”라며 “이제야 손주 눈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은 이에 대한 설익은 얘기가 오가는 가운데 김상협 교수가 파리통신을 보내왔다.

1. 한국, 선진-개도국 이분법에 기댈 여지 사라진다.

한국은 그동안 필요에 따라 국제사회의 선진-개도국 이분법을 십분 활용해왔다. 필자 역시 ‘한국은 한국이다’ 또는 ‘가교역할’을 한다는 논리와 녹색성장을 통한 자발적 기여 및 능동대응전략을 통해 당초 한국을 2012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으로 분류하려던 국제사회의 외압을 벗어나 국내적 준비기간을 최대화하고자 노력했었다.

그러나 이제 선진-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POST 2020 新기후체제 출범이 파리협상을 통해 최종 확정됨에 따라 이분법에 기대는 ‘편의’는 대부분 사라질 전망이다.

로버트 스태빈스 하바드대 교수는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가 선진-개도국의 이분법을 만들어 기후협상의 교착구조를 잉태했다면 이번 파리 협정 타결의 가장 큰 의미는 이걸 깨뜨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7위의 CO2 배출 국가이자 세계경제 10위권의 한국은 싫든 좋든 중국이나 사우디 아라비아 못지 않게 국제사회에 ‘기여해야 할 입장(in a position to do so)’에 서게 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그러므로 일부 부처에서 한국이 파리 회의 이후 개도국으로 여전히 남게 되었다는 브리핑은 시대착오적 인식이거나 임시방편을 위한 호도일 수 있다. 냉정해져야 한다.

2. 1.5도가 아니라 2.0도 이내가 파리협정의 타겟. 이마저도 실현 어려워.

일부 국내언론에 잘 못 보도된 것 중 하나가 지구온도상승을 금세기내 섭씨 1.5도로 묶기로 파리총회가 합의했다는 대목이다. 정확한 표현은 이를 위해 노력(strive)하겠다는 것이며 UN의 타겟은 여전히 2.0도 이내로 묶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마저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이 과학계를 비롯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번에 180개가 넘는 국가가 제출한 온실가스 자발적 기여(INDC)를 모두 합쳐 실현한다 하더라도 지구 온도는 2.7도 이상 오르게 되리란 전망이다.

파리에서 만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핵심관계자는 “지금부터 우리가 아무 것도 배출하지 않는다 해도 오래 머무는 CO2의 특성상 2030년이면 지구 온도는 1.2도 상승을 넘어설 것”이라며 “1.5도는 물론 2도 목표도 사실상 지킬 수 없는 레토릭”이라 단언했다.

그렇다면 왜 지키지도 못할 이런 수치가 최종 텍스트에 포함된 것일까? 수몰위협에 처한 국가들을 달래기 위한 협상용 긴급처방이었다는 게 UN 관계자의 설명이다.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에 관한 언급을 넣는 대신 이것이 보상과 소송 등 선진국의 법률적 책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제 슬로건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쪽으로 온실가스 관리의 고삐가 오히려 더 정밀하게 조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3. 파리 협정의 법적 구속력, 국내법과 국제법으로 나뉜다.

이번 파리협상의 최종결과물은 의정서(protocol)와 같은 조약이 아니라 협정 혹은 협약과 같은 합의문(agreement)으로 귀결되었다. 이미 지적하였듯 국제법적 구속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회피하고 싶은 국가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협상 막판에 ‘shall’ 이냐 ‘should’냐 라는 단어 하나로 첨예한 신경전이 오고 가기도 했다.

파리합의문에 따르면 각국의 여건에 따라 이를 비준, 수용, 승인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부여하고 있는데, 그 내용에 있어서는 국제법적 구속성(internationally legal bindingness)’여부에 관한 규정이 나와 있다. 예컨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설정이나 재정지원의 경우 국내경제에 미치는 부담이나 영향을 고려, 국제법적 구속대상에 제외하기로 되어 있다. 이는 외압을 생리적으로 거부하는 중국은 물론 폐쇄적 의회의 영향력이 큰 미국의 입장을 다분히 반영한 조치다.

그러나 각국의 자발적 기여(INDC) 제출 및 이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 후퇴방지, 그리고 정기적 검증(review)에 관해서는 국제법적으로 규율하게 되어있다.

여기에 혼동이 있어선 곤란하다.

4. 대충 하다간 걸린다. 유념해야 할 5년 단위 리뷰 메커니즘.

반기문 총장은 총회장 집무실에서 가진 필자와의 면담에서 이번 파리기후총회의 성공요인으로 5년 단위의 ‘리뷰 메카니즘 (review mechanism)을 손꼽았다.

각국이 제출한 INDC가 과연 성실히 이행되고 있는지, 감축 목표는 합당하게 설정되어 있는지 등을 UN과 국제사회가 주기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기후변화에 대한 ‘총량적 대응’이 가능해 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중국은 8년, 사우디 아라비아는 10년 단위의 검증기간을 제시하며 거부의사를 보였지만 결국 반총장의 의지가 관철됐다.

2020년이면 한국이 이번에 제출한 INDC가 과연 제대로 된 것인지, BAU 방식으로 제출한 것이 맞는 것인지에 관해 국제사회와 ‘소통’하고 설득해야 한다.

아울러 2018년에 나올 글로벌 총량접근 (global stock taking)은 IPCC의 점검을 바탕으로 2023년 그 적절성을 검증받게 된다. 파리 협정은 각국의 재량을 존중하는 느슨한 형태로 출발하지만 갈수록 글로벌 거버넌스는 타이트해질 것이란 뜻이다.

UN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국이 제출한 INDC는 합리적 논거(rationale)와 실증자료, 추진방식등에 대해 상당히 깊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우리는 상당히 야심적 방안이라 주장하지만 말이다.

5. 기후재정 2025년에 상향 조정 가능, GCF 중심 역할은 약화 우려.

관건이었던 기후재정(climate finance)에 관한 구체적 공약은 이번에 나오지 않았다.

다만 개도국의 요청을 반영, 2020년부터 100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당초의 약속을 재확인 하는 동시에 이것이 개도국 지원을 위한 ‘최소치(floor)’이며 2025년에 그 확대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녹색기후기금(GCF)과 더불어 GEF(글로벌 환경 기금)등 기존 관련기구의 역할과 비중에 대한 언급이 이번 타결안에 다수 등장했다는 점이다.자칫하면 기후재정의 상당규모가 GCF를 벗어난 다른 채널로 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라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독일을 제치고 GCF 본부 유치에 성공한 한국으로선 심상치 않은 동향이라 할 수 있다. 장차 북한을 비롯, 동북아 프로젝트 수요에 대비해 호스트 국가인 한국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청되는 국면이다.

6. 결국 관건은 누가 녹색산업혁명의 승자가 되느냐에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0년전 상원에서 IT 분야를 관할했을 때 오늘날 이처럼 인터넷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지금 전개되고 있는 저탄소 에너지산업의 발전 양상은 이를 훨씬 능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니콜라스 스턴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는 “이번 파리협정은 프랑스 혁명이나 산업혁명을 뛰어넘는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며 “에너지 분야에서만 2030년까지 최소한 2조 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COP 21 주최국인 프랑스의 제롬 비뇽 상원의원은 “프랑스는 올해 에너지전환을 위한 녹색성장법을 만들었다”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수웨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기후변화협상 수석대표는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기후변화를 새로운 발전동력으로 삼자는 저탄소 녹색성장, 녹색개발이 중국 미래전략의 핵심”이라며 “한국과 함께 협력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기후변화라는 도전을 누가 어떻게 기회로 반전시킬 주역이 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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