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그린뉴딜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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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그린뉴딜의 조건]

인턴 연구원 박지원

2020년 5월, 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한 축으로 그린뉴딜을 발표한 이후, 한국 사회에서 그린뉴딜 담론은 여전히 주목해야할 이슈임에는 분명하다. 작년 여름 내내 곳곳에서 토론회가 열리고 관련 간담회가 즐비하는 등 그린뉴딜의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토론회에서는 한국형 그린뉴딜에 ‘그린’이 빠졌다는 이야기가 반복해서 등장했다. 정작 중요한 탄소 감축이나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부재하고, 현재의 그린뉴딜은 일자리에만 초점을 맞춘 녹색 경기부양책 정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그린 뉴딜에 주목하는 이유

그린뉴딜은 Green (녹색산업) + New Deal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합성어로 ‘그린’ 은 빈곤층,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희생시키지 않고 오염과 환경 파괴를 방지하는 경제를 지향하며,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생산하려는 목표를 담고 있다. ‘뉴딜’은 미국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경제 재건을 위한 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진행해 일자리 확대와 경제성장을 이룩한 성공을 재현하는 대규모 국가정책으로 시행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즉, 화석연료 위주의 경제‧산업구조를 저탄소, 탈탄소 사회로 전환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여 사회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린 뉴딜의핵심은 경제(jobs), 환경(climate), 형평성(equity)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그린 뉴딜 (2019)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에 따르면 그린뉴딜은 나름 구체적인 계획이자 지구를 위해 필수적으로 시행해야만 하는 일,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탄소 제로 경제로의 전환에 자금을 지원해야 하고 모든 지역과 모든 공동체에서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여 모두 함께 생태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미국과 전 세계에 필요한 것이 바로 그린 뉴딜이다.” (183p)

국제 사회는 성장, 고용,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왔지만, 특히, 기후변화에 있어서 경제‧환경‧사회적 이슈들의 동시 해결을 위한 전 사회적 전환의 시도는 부재했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그린뉴딜의 붐(boom)이 일어나는 것은 전 세계 국가들이 기후 위기 시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는 점을 방증한다. 또한, 정치적인 관점에서 그린뉴딜은 청년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 사회적 형평성, 지속가능한 발전, 녹색일자리 문제의 해법을 담은 실질적이고 명확한 목표와 계획을 담은 그린뉴딜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출발선을 지난 그린뉴딜의 가야 할 길그린뉴딜 3대 분야 8개 추진과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2020)

한국판 뉴딜의 전체 28개 추진과제들 중 8개 과제가 그린뉴딜 분야에 속하는데 이들 과제는 크게 도시 · 공간 · 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사업,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의 3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제일 아쉬운 점은 ‘그린뉴딜’이라는 꼭 필요한 정책이 키워드로써 너무 소모되었다는 점이다. 그린뉴딜이 정부의 중장기전략이라고 한다면, 그에 대한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라며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린 뉴딜은 바로 이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미국 민주당이 제출한 그린뉴딜 결의안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에도 2050년 탄소중립 사회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 담겨있다.

따라서, 한국판 그린뉴딜에도 2050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분명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들어가야 하며, 이를 중심으로 에너지, 건물, 교통, 농업, 사회 등 전반적인 부분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실행 계획이 담겨야 한다. 현재 제안된 계획을 보면, 전체적으로 재정투자 규모와 일자리 효과는 자세히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탄소 저감 장기목표, 재생에너지 확대 장기목표, 이를 위한 각종 정책 수단과 집행에 관한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정책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2050년 ‘탄소 제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기 위해서도 해당 내용들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성공적인 그린뉴딜 정책이 되려면, 지속가능한 경제와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전환 과정에서 그 누구도 뒤쳐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린뉴딜은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앞서 그린뉴딜의 핵심 3가지 중 형평성에 해당하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도 고려되어야 한다.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나 사회 비전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탈탄소 경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계를 잃을 수 있는 가장 취약한 근로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윤곽을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기존 강력한 제조업에서 전환을 이뤄내야 하므로 이때 일어나는 필연적인 소외 및 정의 문제에 집중이 더 필요하다. 그린뉴딜의 성공을 위한 열쇠는 기업의 참여에도 달려 있으며, 중요한 것은 기존 기업들이 새로운 인프라 분야에 참여하게 될 때 그 유인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좌초자산에 해당하는 산업 분야에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유도하고 이끄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된다.

다음 세대를 위한 그린뉴딜

현재 계획된 한국판 그린 뉴딜이 최종판은 아니지만, 앞으로 정책이 시행되고 발전(evolving)하는 과정에서 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수십 조의 재원을 투자한다고 해서 성공적인 뉴딜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이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린뉴딜은 2년 또는 내년 선거를 바라보는 단기적인 정책이 아님에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정권에 관계없이 다음 정부가 이어받을 수 있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계속 추진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이행해나갈 거버넌스의 역할이 중요하며, 수평적인 그린뉴딜 거버넌스(Peer Assembly)가 구축되어야 한다. 해당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추진기구는 범정부적인 추진기구를 구성할지, 기존의 정부 부처나 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성할지 등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다. 현재 관련 법률을 수정할 것인가 그린뉴딜 기본법을 신규 제정할 것인가에 관한 것도 해당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 세대들도 해당 논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 그린뉴딜을 그린뉴딜답게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에서 정책결정자, 지역 정부는 물론 시민사회, 미래세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Multi-generational Governance의 형태를 갖춰야 할 것이다.

당장의 코로나를 포함해 우리는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더 많은 팬데믹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표심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이제는 지구와 미래 세대를 위한 진심이 담겨야 할 때이다.


 

[Reference]

관계부처 합동. 2020.07.14. 「한국판 뉴딜」종합계획

그린뉴딜 국회토론회 자료집. 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린뉴딜’ 토론회

이유진. 2019. 그린 뉴딜(Green New Deal) 시사점과 한국사회 적용. 2019년 정책제안서. 국토연구원

이유진. 2020. 한국사회 그린 뉴딜과 정부·국회의 역할

이창훈. 2020. 그린뉴딜 동향과 쟁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제레미 리프킨. 2019. 글로벌 그린 뉴딜. 민음사

Carlock, G., Mangan, E. and McElwee, S. 2018. A Green New Deal: A Progressive vision for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and economic stability.

European Commission. 2019, October 12. A European Green Deal. European Commission. https://ec.europa.eu/info/strategy/priorities-2019-2024/european-green-deal_en

H.Res.109(하원 결의안 109). 2019. Recognizing the duty of the Federal Government to create a Green New Deal. https://www.congress.gov/116/bills/hres109/BILLS-116hres109ih.pdf (2020년 12월 2일 검색)

김상협, “[리셋 코리아] 그린 뉴딜 성공하려면 다음 세대 위해 기득권 절제해야”. 중앙일보. 2020년 5월 25일. 웹사이트 https://news.joins.com/article/23784504 2020년 10월 15일.

여인규, “한국판 그린뉴딜, 규모·속도 ‘관건’”. Kharn. 2020년 6월 21일. 웹사이트 http://www.kharn.kr/news/article.html?no=12996 2020년 10월 15일.

윤순진, “한국판 그린 뉴딜의 현재와 과제”. 전기저널. 2021년 1월 7일. 웹사이트 http://www.keaj.kr/news/articleView.html?idxno=3838 2020년 1월 28일

윤지로, “脫석탄 고용대책 빠진 ‘그린뉴딜’… 일자리 전환 고민 필요”. 2020년 7월 15일. 웹사이트 http://www.segye.com/newsView/20200714520120 2020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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