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가난합니까? 당신은 기후 변화의 피해자입니다: 부에 따라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는 정도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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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Climate Scouts 02 1.5도 (이효은, 구지현, 김하영, 이서준, 황지선) 

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제도적으로 백인과 흑인을 구분하는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를 시행했다. 이는 역사상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인권 유린의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이다. 이 용어가 다시 세상에 등장한 이유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행했던 잔인하고 폭력적인 차별이 현재 기후변화로 인해 다시 재현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완화에 있어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한 그룹이 불공평한 영향을 받는 현상을 ‘기후 격차(Climate Apartheid)’라고 한다 (4). 전 지구적 차원인 이러한 현상은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후 격차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지를 파악하고 변화를 위한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로이터 통신은 2030년까지 약 1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빈곤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5).세계 인구 중 오직 0.6% 만이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기후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유층이 폭염과 홍수 등의 기후 변화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는 동안, 극빈층은 식량, 물 등의 기본적인 자원부터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허리케인이나 가뭄, 혹한 등의 극한 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세계 최빈곤층은 자신의 거주지에서 ‘기아’ 상태로 머물게 되거나, 혹은 이상기후를 피해 여기저기 세계를 배회하는 ‘이주’ 상태가 된다.

이러한 기후 격차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기후 격차를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극복할 능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재난에 대한 중단기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미래에 발생 가능한 재난을 대비할 능력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중, 교외 지역에 살고 있는 빈곤층은 기후 변화로 인해 생계 수단과 삶의 터전을 한꺼번에 잃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올해 초에 아프리카 대륙 남부의 모잠비크에서 발생 한 열대성 싸이클론 ‘이다이’는 모잠비크뿐만 아니라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에 거주하는 수백 명의 주인들이 사망에 이르게 했다(1). OXFAM, Save the children 등 국제기구가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다. 이들 국가의 도로, 국가, 댐 등의 인프라 기반이 매우 취약했었기 때문에 싸이클론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이는 더 큰 피해로 이어졌다. 또한, 수자원 시설이 손상되면서 수만 명이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에 노출되었다.

비슷한 기간에 다른 사이클론이 미국 중서부 지역을 강타했다. 네브래스카 주 지역을 중심으로 50년 만의 기록적인 홍수가 쏟아졌다. 이 지역에 위치한 농가 수백 채가 물에 잠겼고, 댐 몇 곳이 유실되면서 도로가 잠겼다 (7). 하지만, 미국을 강타한 싸이클론이 남긴 피해 정도는 모잠비크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미국 중서부 지역의 싸이클론은 3명의 피해자만을 남겼다. 또한, 모잠비크를 비롯한 주변 아프리카 국들과는 달리, 미국은 인프라 기반의 피해도가 적었고, 잇따라 발생한 전염병도 없었다.

기후 격차는 한 국가 내에서 경제적인 지위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 물질적 결핍, 그리고 도심에서의 빈곤은 미국의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과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는 또 다른 연구 결과가 있다. 예컨대, 2006년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폭염이 발생하면서 열사병 등으로 인해 13명이 사망하였다. 이 중 11명은 노숙자로, 사회 자원이 주는 혜택을 잘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었다(3).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폭염에 대한 피해에 더 노출되었다. 예를 들어,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일반 거주자들에 비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거의 두 배의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을 가지고 있다 (2).

이러한 사례는 경제적 취약 계층일수록 중산층 이상의 계층과 비교하여 극심한 기후 현상에 대처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실제로 겪고 있는 이러한 격차들은 ‘가장 취약한 이들을 중심으로, 기후의 영향으로 인한 피해나 적응의 생존력을 강화할 필요에 대한 공통의 합의’라는 파리조약의 전제를 실행에 옮겨야 할 명분을 준다.

얼마 전 한 언론사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85.2%가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실업, 경제성장, 기후변화 등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를 꼽을 때, 기후 변화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6). 이러한 인식이 지속 된다면 기후변화라는 현상이 세계인들의 공통의제라는 성격을 잃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문제가 되어버리는 순간 우리 모두의 미래는 위험해진다. 지금부터라도 기후변화가 오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현재 여러 환경 회의와 보고서를 통해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높아지고 있으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실정이다. 온난화 방지를 위한 여러 국제적인 협약이 합의를 이루었지만, 실행이 잘 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은 이미 50년 전부터 시작했고, 현재 파리협약에 이르렀다.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가들의 자율적 책임에서 파리협약의 의무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의무’의 정도는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추기에 충분하지 않다.

한국의 경우, 애초에 2030년 까지 전망치 대비 37%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감축량의 3분의1 가량을 국외 감축으로 충당하기로 한 데 대해 나라 안팎에서 쏟아진 질타에 감축 목표를 수정했다. 이런 식으로, 각 국가는 자신이 정한 감축 목표를 여러 이유로 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미의 ‘의무적인 책임’이 실제로 파리협약의 실행을 나타내는 적절한 표현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또한, 2017년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는 파리협약을 반쪽짜리로 만들었다. 미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이다. 여러 국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반(反) 온실가스 감축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어떠한 국제기구도 그들의 행태에 대해 구속력 있는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두 가지의 핵심 전제가 기후 격차를 줄이는 데 필요하다. 첫째, ‘사람들의 인식 제고’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축적된 자료를 전 지구적으로 공유하고 이를 알리는 활동이 필요하다. 또한, 기후변화의 행태가 비단 일부에게 국한되지 않고, 자신이 머지않은 미래에 겪을 일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둘째, ‘환경 협약의 구속력 강화‘ 이다. 아무리 좋은 협약도 실질적인 이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협약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기타 국가들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조치가 충분치 않다고 한다면, 환경 규정을 지키지 않은 비이행 국가의 제품을 수입하지 않는 등의 가이드라인 등을 내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범지구적인 문제는 근래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인류가 오랜 시간 ‘산업화’ 와 ‘경제발전’ 이라는 명목 하에 스스로 만들어온 인류 전체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는 이러한 명목으로부터 가장 적게 혜택을 받은 국가와 계층이 받고 있다. IPCC 보고서는 현 지구온난화 추세가 지속되고, 기후변화 1.5도 억제선이 지켜지지 않으면 ‘기후 격차(Climate Apartheid)가 아닌 ’기후 몰살(Genocide)’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문제는 ‘누가 기후 변화에서 살아남느냐’ 라는 명목 하에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게임이 아니다. 이제는 변할 때이다.

[참고 문헌]
1. BBC NEWS Cyclone Idai: Mozambique survivors desperate for help
2. Cordova, Gelobter et al. 2006
3. Klinenberg 2002; 피츠버그 외 2007; Kovats and Hajat 2008
4 .Morello-Frosch, Pastor et al. 2009; Shonkoff, Morello-Frosch et al. 2009; Pastor, Morello-Frosch et al. 2010
5. Reuters : 100 million will die by 2030 if world fails to act on climate: report, 2012
6. 세계일보: “기후변화 심각하지만… 해결은 나중에”
7. 조선일보: 아프리카·美 중서부 휩쓴 사이클론,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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