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의 숨이 사라지고 있다 :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문화다양성의 파괴에 관하여

0
75

2018 Climate Scouts 10 S.A.Y 양소희(서강대학교 국제한국학과)

 ‘평화의 섬 제주’에 대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넘실대는 바다, 아름다운 자연 등의 이미지가 마음에 닿을지 모르겠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나왔던 대답 중 하나는 ‘해녀’였다. 정보화와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됨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의 타이틀에 걸맞은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와중에도, ‘물질’을 유일한 직업이자 생계수단으로 삼아 살아가는 여성들의 존재는 신비롭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러나 제주도와 제주의 사람들에게 있어, 해녀는 단순히 ‘신기한 문화’의 의미만을 지니고 있지 않는다. 해녀는 제주의 바다 생태의 일부이며, 제주 여성의 강인함을 상징하는 존재이다.

‘좀년 애기 나뒁 사흘이믄 물에 든다 (해녀는 아기를 낳고 3일이면 물에 다시 들어간다) / 좀년 애긴 골채에 눅저뒁 물질혼다’ (해녀는 아기를 삼태기에 누이고 물질을 한다)라는 제주 속담이 있다. 출산을 하고, 갓난 아기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물질을 쉴 수 없었던 해녀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문장이다. 해녀들은 자신에게 떠맡겨진 생을 먹이고 살리기 위해 거친 바다로 몇 번이고 뛰어들어야 했다. 제주도는 지리적 특성 상 강한 바람과 잦은 비에 농사짓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바다만이 유일한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도 해녀들은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수확했고, 제주 바다의 생태 유지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해녀의 작업 방식인 ‘물질’은 생태학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맨 숨과 맨 몸의 상태로 해산물을 채취함으로써 작업 과정에서의 오염 발생을 최소화시킨다. 또한 스스로 다시 개체 수를 늘릴 수 있는 생물 중에서도 완전히 자란 생물만 채취하고, 해녀 공동체가 속한 영역에서만 작업하는 등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생태적 가치가 작업 방식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해녀들은 바다에서 나고 자라 숨을 고르는 법을 배우며 제주의 생계를 책임져갔고, 그들이 숨을 참은 대가는 가족들의 배를 불리고 따스한 잠자리를 만들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제주가 일제의 침탈로 고통 받을 때에도 해녀들은 저항을 위해 뭍으로 올라왔으며, 국내 최대의 여성 주도 항일 투쟁으로 기록된 ‘제주 잠녀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제주에 있어 해녀가 단지 하나의 직업 정도에만 그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제주의 해녀 문화는 독특하고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선정되기도 했다. 제주도는 본격적으로 ‘제주 해녀 가치체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크게 지속가능한 생태 환경 유지, 문화적 계승, 전통, 그리고 여성의 정체성으로 표방되는 해녀의 가치는 생물의 다양성 보존은 곧 문화의 다양성 보호 및 확산으로 이어짐을 의미하는 ‘생물문화다양성’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생물의 다양성이 파괴되면 곧 그로 인해 이루어졌던 문화의 다양성 역시 소멸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해녀 공동체 역시 이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생태의 변화는 수확물을 감소시키고, 이상기후를 유발하여 열악한 잠수 환경을 만든다. 뿐만 아니라 산업화로 인해 버려진 생태 쓰레기들이 쌓여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잠수하는 해녀들에게 부상, 실명 등의 치명적 상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렇게 악화된 작업 환경은 직업 기피와 고령화 문제로 이어지고, 결국 해녀 문화만이 전승하고 보존할 수 있는 가치와 전통의 소멸을 가속화 시키게 된다.

제주 지역 사회는 해녀 문화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기후변화 및 해양 생태 환경 보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올해 3월부터 제주 앞바다에 ‘바다숲’을 조성하여 해양의 사막화를 방지할 대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역에 해조를 이식한 해중림초를 설치하고, 모조 주머니를 이용한 포자확산 단지 등을 조성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기후변화 문제로 인해 제주 해녀 고유의 공동체가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점을 고려해 수산 질병에 관한 연구, 증가하는 아열대성 어종에 대한 자원 및 생태학적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환경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화와 가치 보존에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사회를 이루었던 유산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당장의 가시적인 문제를 넘어, 넓은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배경을 살피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 다양성이 파괴될수록, 머지않아 우리 사회의 소중한 문화도 소리 없이 사라질지 모른다. 제주의 앞바다를 지키는 해녀의 숨이 점점 줄어가는 것은 특정 직업의 소멸만이 아닌, 결국 그 안에 담긴 생태학적 가치, 공동체 정신, 그리고 제주의 강인함까지 사라지는 시작점임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참고문헌]
제주신보, 2016.02, “제주 해녀의 생태적/친환경적 어업활동”
제주포럼, 2017, 해녀 특별 세션
헤럴드경제, 2018.01.18. “기후변화로 지친 제주 배려 문화가 사라진다”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